아시아 최초로 개 식용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대만 국민당 왕유민 국회의원.
“개를 비인도적으로 대하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그 실태를 널리 알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개고기를 먹지 않아야 하고 대통령까지도 개가 우리의 친구라는 캠페인에 참여해야 합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동물권단체 케어 주최로 열린 ‘개 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2017’에 참가한 대만의 국회의원 왕유민의 조언이다. 왕유민 의원은 지난 4월11일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개·고양이 식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었다. 1998년 만들어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개나 고양이를 먹으면 벌금 180만원에서 최대 900만원 정도(5만TWD~25만TWD)를 내고 신상을 공개하도록 했다.
대만과 한국은 닮은 듯 다르다. 대만은 1950년대 중국에서 건너온 개식용 문화가 만연해 있었지만, 한국처럼 대규모로 식용견 농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유기견이나 남의 집 개를 훔쳐서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가 성장하고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지면서 개를 먹는 인구가 빠르게 줄었다. 국민 여론이 개를 식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한국보다 좋은 환경에서 개식용 금지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차이점을 왕유민 의원도 “정치적인 이유로 법안 통과가 어려웠던 것 말고 여론은 문제가 없어 법안 통과까지 걸림돌이 적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소, 돼지, 닭은 먹으면서 개는 먹으면 안 되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왕유민 의원이 개식용 금지 법안 입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개나 고양이를 먹을 경우 벌금과 신상공개을 하는 대만 동물보호법을 소개하는 화면.
왕유민 의원은 한국 상황에는 반려동물인 개를 먹지 말아야 하고, 비위생적·비인도적으로 개를 사육하고 유통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끌어모으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입법하려면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 상황을 보니 여전히 개고기를 먹는 인구 비율이 높다고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는 개식용 금지 입법 추진이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순차적으로 입법활동을 할 것을 요청했다. “대만의 동물보호법은 1998년 당시 이미 개 도살을 금지해두었다. 개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죽이거나 매매할 수 없도록 하고, 식품에서도 개나 고양이의 고기 성분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고 법으로 명시해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개농장주들의 모임인 육견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개 식용은 농경사회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조사해보면 개고기를 자발적으로 먹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국민 대부분이 먹는 소, 돼지, 닭은 동물복지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면 되고, 대부분의 국민이 외면하는 개 식용에 대해서는 금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